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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특별기획

뚜안, 스물셋 죽음 뒤의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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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안의 죽음 이후 석 달

23세 베트남 청년 응우옌 반 뚜안씨가 이천의 자갈공장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지 석 달. 그의 죽음은 한 나라의 첫 조례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 조례가 태어나기까지, 가족은 내내 가장 먼 자리에 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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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절차를 어기지 않았다

불친절은 죄가 아니다.

위임장을 받아주지 않은 것도, 부검 동의를 구할 방법이 없다고 한 것도 절차 위반은 아니다.

법은 무엇을 했는지 묻지만 어떻게 했는지는 묻지 않는다.

누구도 선을 넘지 않았다는 그 말은 결국, 누구도 더 살피지 않아도 됐다는 말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법이 닿지 않은 자리

⚖ 부검 동의 배제

유족이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의사를 묻지 않은 채 부검 진행

📋위임장의 벽

직계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촌 누나와 활동가의 위임장 불인정

🤝졸속 합의 종용

유족이 진상을 알기 전 회사가 먼저 접근해 빠른 합의를 유도.

🔗 브로커의 개입

브로커가 고용한 통역은 유족의 이익이 아닌 브로커를 위해 움직입니다.

✈ 비용의 장벽

시신 송환 최소 600만~1000만원. 항공료·체류비 없이는 입국도, 애도도, 권리 행사도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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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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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흐름

3월 10일 

뚜안씨 사망

3월 11일 

위임장이 돌아왔다

3월 13일 

두개의 빈소

4월 10일 

동생 한국에 오다

6월 9일 

전국 첫 조례 의결

타국에서 숨진 청년, 그가 남긴 조례

전국 최초로 제정된 '산업재해 사망 외국인노동자 유가족 지원 조례'는 뚜안씨가 만든 결과물이었다.

조례에는 입국 절차 지원, 체류 기간 중 생활 지원, 장례와 시신 송환, 통역과 법률 정보 제공 같은 조항들이 담겼다.

​무슨 일이 있었나

올해 3월 10일 새벽, 23세 베트남 청년 노동자 응우옌 반 뚜안씨가 경기도 이천의 자갈공장에서 혼자 컨베이어벨트를 점검하다 숨졌습니다.
벨트는 작동 중이었고, 안전 덮개도 비상정지버튼도 없었습니다. 2인 1조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장남이었던 뚜안씨는 동생들 학비를 벌기 위해 한국에 왔습니다.

가족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나

부모는 베트남에 있었습니다. 비행기 표를 살 형편이 되지 않았고, 언어 때문에 통화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수사와 행정은 진행됐습니다. 사촌 누나가 위임장을 들고 경찰서를 찾았지만 서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직계 가족이 아니라서"라는 이유였습니다.
부검 동의 여부를 유족에게 물었냐는 질문에 수사관은 "유족이 없으니 확인이 될 수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한국과 베트남에 동시에 빈소가 차려졌지만, 부모는 아들의 마지막 얼굴을 보지 못했습니다. 한 달 뒤 동생 뚜씨가 형의 생일에 맞춰 한국을 찾아 사고 현장을 방문했고, 벨트 아래 쭈그려 앉아 아버지와 영상통화를 했습니다. 화면 너머로 아버지는 오열했습니다.

무엇이 문제였나

누구도 법을 어기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현행 절차는 유족이 한국에 있거나 즉시 연락 가능하다는 전제 위에 설계되어 있습니다.

해외 유족은 부검 동의권, 현장 조사 참여, 수사기관 상대 모두에서 배제됩니다. 유족이 오기 전 회사가 먼저 접근해 졸속 합의를 종용하는 일이 반복됩니다.
공적 지원 체계가 없는 빈자리를 브로커가 채웁니다. 브로커가 고용한 통역은 유족이 아닌 브로커의 이익을 위해 움직입니다. 장례 비용(600만~1,000만 원 이상)을 감당하지 못한 유족이 서둘러 합의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무엇이 바뀌었나

뚜안씨의 죽음을 계기로 지난 6월 9일, 경기도의회는 전국 최초로 '산업재해 사망 외국인노동자 유가족 지원 조례'를 의결했습니다. 조례 제5조에는 해외 유족에게 입국 절차, 국내 체류 숙박·생활, 장례, 시신 본국 송환, 통역·행정 절차, 법률 상담, 심리 상담, 산재 보상 절차를 지원할 수 있는 내용 등이 담겼다.
현장 활동가들은 특히 통역과 법률 안내 조항을 가장 의미 있는 변화로 꼽습니다. 정보도 없이 합의로 내몰리는 상황을 막을 수 있는 첫 공적 근거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남은 과제

조례는 출발점일 뿐입니다. 실질적 작동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예산 확보, 법무부·고용노동부 등 관계기관 협력, 해외 주재 한국 공관을 통한 유족 안내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2013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에서 산재로 숨진 이주노동자는 연평균 109명에 달합니다.

'경기도 조례 제5조'
무엇이 담겼나

입국·체류·숙박 지원

비자 발급 및 출입국 연계

​국내 생활비 숙소제공

장례·시신 송환

600만~1000만원 비용 지원

통역·행정 절차 지원

​법률 상담·권리구제

*핵심 조항

통역 브로커 차단

​졸속 합의 방지

심리 상담 지원

산재보상 절차 안내

유가족 정서 지원

​권리범위 정보 제공

재발방지 참여

현장조사 주체로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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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온 편지

지금도 저희 가족은 늘 형 뚜안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날이 되면 가족들은 함께 향을 피우고 그와의 추억을 이야기합니다. 그의 떠남은 가족의 마음과 삶에 큰 빈자리를 남겼습니다. 모두가 일상과 생업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리움과 안타까움은 여전히 가족의 마음속에 깊이 남았습니다.

이 조례는 저희 가족에게 매우 큰 의미입니다. 외국에서 산업재해로 가족을 잃게 되면 유가족들은 깊은 슬픔뿐만 아니라 입국 절차, 비용 부담, 언어 장벽 등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정부가 유가족의 입국, 숙소 제공, 통역 및 관련 절차를 지원해 준다는 것은 가장 힘든 시기에 가족들이 사회의 관심과 배려를 받고 권리를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해줍니다.

형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 저희 가족은 한국 사회가 외국인 노동자의 산업안전을 더 강화해 주기를 바라게 됐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장의 근로환경과 안전수칙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사용자의 책임 또한 더욱 높아지기를 희망합니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차별 없이 공정한 대우를 받고, 자신의 권리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으며, 더 나은 보호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시는 이와 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번역: 원옥금 이주민센터 ‘동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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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례는
저희 가족에게
매우 큰 의미입니다"

동생 뚜 씨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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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지死지

반세기 전 우리의 이야기

한국도 한때 타국에서 일하다 숨진 가족의 소식을 속수무책으로 기다려야 했다. 1960~70년대 서독으로 간 광부들의 이야기는 오늘 한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와 겹친다.

어느덧 한국은 노동자를 보내던 나라에서 받아들이는 나라가 됐다. 그 기억은 경제 성장의 서사 뒤로 밀려났고, 지금 이 땅에서 일하다 숨진 이주노동자의 유족이 같은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경기도의 조례는 그 긴 시간 끝에 처음 놓인 디딤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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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합의서에 덮이고,
존엄은 비용에 막혔다

이환춘

법무법인 지암 변호사

통역·법률 지원 부재의 틈 이용한 브로커
"한국인 기준 정보 제공이면 충분"이라는 태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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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한웅

​조계종 사회노동위 집행위원장

브로커가 통역·변호사까지 고용해 접근
언론에 안 알려진 죽음이 더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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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다야 라이

민주노총 이주노동자노조 위원장

위임장 없으면 현장 조사·회사·경찰 대응 곤란
비용 탓에 변호사 선임도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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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진

이주노동법률지원센터 소금꽃나무 노무사

유족 의견 확인 없는 부검을 경찰은 "관행"이라 답해
근로기준법 등 유족의 국내 상주 전제로 설계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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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덕

이주노동법률지원센터 소금꽃나무 활동가

유족이 원하는 건 보상보다 진실
회사의 빠른 합의 종용, 사건 조기 종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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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유혜연 | 편집 : 박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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